‘세키로’ 게임 시스템
#약간의 스포 포함
세키로(홈페이지)는 플레이 해 본 게임 중 가장 어려운 게임이지만 소울류의 재미도 최상으로 느낄 수 있다. 괜히 GOTY(Game Of The Year)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들여다 볼 구석이 많은 잘 만들어진 게임이다. 재미있게 플레이한 만큼 그 안의 시스템을 개발자 관점에서 들여다보았다.
Lock-on 시스템
Lock-on 시스템은 3D 공간에서 전투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Lock-on이 되지 않으면 공격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기가 어렵다. 가끔 Lock-on된 상대가 자동으로 풀리기도 하는데 카메라에서 대상이 벗어나는 경우 Lock-on이 해제된다. 다만 대상이 의도된 상황이 아닌 경우에도 Lock-on이 풀리는 경우가 있어 버그성인지 의도된 상황인지 확실하지 않다 (기둥에 대상이 가려진 경우). 추측하기로 Lock-on된 대상이 카메라의 렌더링 범위에서 벗어나는 경우에 자동 해제되는 것 같은데, 의도하지 않는 상황의 예외 처리가 좀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열쇠 아이템
열쇠 아이템으로 게임의 진행도를 조절하는 것은 개발론적으로 스마트한 방법이다. 게임의 진행도를 결정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스테이지가 있는 경우 스테이지 숫자를 저장하여 다음 스테이지를 결정하는 수단으로 한거나, 각 미션의 완료 여부를 저장하고 있다가 추후 해당 미션의 완료 여부를 체크하여 진행도를 결정할 수도 있다. 이는 유저에게는 다소 직관적이지 않은 방법이기도 하다. 유저가 해당 미션의 진행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아이템의 소유 여부는 인벤토리를 통해 간단하게 결정할 수 있고, 이는 유저에게도 직관적인 방법이다. 오픈 월드 형식의 게임일 경우 유저의 게임 진행 방향을 콘트롤 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아이템 방식의 진행도 조절이 적절해 보인다.
닌자 의수
초반 겐니치로에게 한쪽 팔이 잘리고, 그 팔에 닌자 의수를 장착하는 스토리 라인은 자연스럽다. 닌자 의수는 다양한 종류의 무기를 장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적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의수말고 다른 방식으로 무기를 착용했다면 어디에 했을까. 허리 춤에 표창, 도끼, 창을 줄줄이 차고 있거나, 가방을 메고 다닌다면 닌자의 모습으로는 어울리진 않았을 것이다. 닌자 의수의 무기를 자유롭게 교체하면서 닌자의 민첩성을 해치지 않은 것은 기획적으로 매우 스마트한 접근으로 보인다. 의수 무기의 사용은 카타시로의 보유량으로 사용을 제한한다. 왜냐하면 적을 멀리서 공격하거나 잠시 그로기 상태로 만들 수 있는 무기들도 포함하기 때문에 상시 사용할 수 있는 스킬과는 구분을 지어 놓았다. 인살 인술을 제외한 스킬 중에서도 카타시로를 소비하는 것이 있는 데 카타시로로 사용을 제한한 기술들은 남용의 방지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죽고 게임을 다시 시작한다고 해서 카타시로의 개수가 복구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의수를 무한정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수는 게임 진행간 필수적이진 않지만 보너스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그 보너스가 큰 역할을 하지만 의수를 사용할 수 없다고 해도 게임 진행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체간 시스템
체간의 의미을 찾아보면, 사람의 몸통 부분, 인체의 주요 부분이란 뜻이다. 세키로 게임에서 체간은 체력과는 다른 기력이라고 봐야 맞을 것 같다. 체간 게이지는 체력과 같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고 채워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즉, 체간 게이지가 모두 채워지면 플레이어는 방어가 불가능한 그로기 상태가 되어 적에게 그대로 노출된고, 반대로 적의 게이지가 채워지면 인살의 기회가 주어진다. 체력이 반 정도 있다해도 체간이 모두 채워질 경우 인살로 적을 제압할 수 있다. 적의 체간을 채우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공격 데미지를 주거나, 튕겨내기(페링)을 통해 체간 게이지 수치를 높일 수 있다. 전투 중에 체력은 회복되지 않지만 체간은 일정 시간이 지나거나 방어 자세 유지로 회복할 수 있다. 즉, 체간 시스템은 질질 끄는 전투가 아니라, 튕겨내기를 전면에 내세운 연속적인 전투를 유도한다. 길고 오래 지속되는 지루한 전투를 통해 상대를 없앨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체간 게이지를 채우지 않고는 이기기 힘든 전투들이 많이 있다. 플레이어가 체간으로 그로기가 되어도 인살을 거의 당하지 않지만, 한 두 번의 데미지로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위험도는 크게 다르지 않다. 체간이 체력보다 생사의 우선 순위에서 높다는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든 체력을 깎아 상대방을 이기는 전투 방식은 프롬소프트에서만큼은 선호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피지컬적으로 치열한 공방 전투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에 체간 시스템의 존재는 필연적으로 보인다.
위험 공격
보스 혹은 약간 센 적 NPC의 경우 빨간색 위험 UI가 표시되는 공격을 하는 데, 이 위험 공격은 방어가 불가능한 것으로 분류된다. 위험 공격이 없으면, 모든 공격을 방어할 수 있기 때문에 체간 시스템이 있다고 하더라도 방어만 하고 있으면 대부분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 회피에 대한 필요성이 많이 줄어들기 때문에 전투 패턴이 많이 단순해진다. 위험 공격의 존재는 그런 단순한 패턴을 지양하고 회피/점프 액션을 전투 패턴에 넣는 효과를 가져온다. 체간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지루해 질 수 있는 전투 패턴은 의도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용해
플레이어가 죽음을 당할 때마다 돈과 경험치를 계속 잃어버리게 되는데, 보통 어려운 보스일 경우 30~50번의 시도를 하게 되면, 경험치나 돈이 바닥이 나면서, 페널티로 NPC들이 용해라는 병에 걸린다. 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용윤의 물방울 아이템을 소모하여 모두를 쾌차 시켜야 한다. 이 시스템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지만 플레이어의 연속적인 죽음으로 인해 주변 상황까지 안 좋아 지고 있는 상황을 표현한 것인지 모르겠다. 돈을 잃어버리는 것이 좀 치명적인데, 닌자 의수 강화나 상점에서 살 수 있는 아이템을 구비하지 못하게 될 수 있기 때문에, 돈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강한 보스를 만나기 전에 소유하고 있던 돈으로 닌자 의수 강화라든지 카타시로 또는 아이템을 구비하여 미리 소진해야 하고, 돈 주머니 아이템은 잃어버리지 않기 때문에 필요할 때만 돈으로 환전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게임에서의 페널티는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다른 시스템을 이용하거나 전략을 짜게 하는 효과는 있지만 자칫 플레이어를 분노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적절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초반 보스 허들
소울류를 처음 해본 유저라면 첫 보스(오니교부)는 게임을 그만두게 만드는 허들이다. 그의 무시무시한 공격에 기가 눌리고 정신 없이 몰아치는 패턴은 유저로 하여금 이길 수 있는 보스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만든다. 사실 첫 보스까지 오는 데에도 많은 작은 허들이 존재 하지만 오니교부는 많은 유저에게 환불 타이밍을 제공한다. 프롬 소프트와 소울류라는 것을 일단 차치하고, 보통 보스를 디자인 할 때 유저에게 보스의 패턴을 익히게 하는 시간을 주고, 몇 번의 시도를 통해 공략 가능하도록 기획을 한다. 그 시도가 너무 많아지면 유저는 어려움을 느껴 게임을 포기하거나, 반대로 너무 쉬우면 게임의 재미를 주지 못하기 때문에 적당한 난이도를 설정하려고 노력한다. 프롬 소프트의 게임은 이 난이도 밸런스를 간단히 무시한다. 마치 ‘너 이렇게 어려운 데도 이 게임 할래?’라고 묻는 것 처럼 보스들은 험난한 여정을 제공한다. 요즘은 소울류라는 장르로 만들어 지고 이 장르 이름 아래 마음 껏 어렵게 게임을 만들지만, 여전히 프롬 소프트의 이러한 난이도 디자인은 놀랍다. 이러한 난이도는 극복했을 때 더 크게 희열을 느끼게 해주기 위한 발판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