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뿐인 열정

신입이나 신입에 가까운 경력을 가진 분들과 면접을 진행해보면, 공통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게임에 대한 열정인 것 같다. 자신이 얼마나 게임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하기 위해 애를 쓰고, 그것을 말로서 모두 표현하지 못하는 답답함도 느껴진다. 그러한 열정은 거짓이 아닐 것이며, 사실 많은 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그 열정에 대한 토로를 믿지 않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 열정의 사실 여부를 따지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뒷받침해 줄 노력이다. 어떠한 노력을 해왔는지를 보면 그 열정의 크기를 알 수 있다. 최고의 축구 선수가 되겠다고 열심히 얘기하고 다니는 것과 매일 일정 시간에 개인 훈련을 통해 땀을 흘리는 것은 다르다. 글 읽기와 쓰기를 게을리 하면서 유명한 작가가 될 수는 없다. 게임도 사실 마찬가지이다. 게임 제작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기획적 프로그래밍적 아트적으로 자기가 원하는 분야에서 무엇인가를 해왔어야 한다. 열정의 크기는 그것으로 객관화 할 수 있다.

열정이 행동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어떤 이는 행동으로 열정을 실현하고 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LOL과 스타크래프트를 열심히 하는 것이 열정의 실현으로 보기는 어렵다. 물론 게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단순히 인기 게임을 많이 한다는 것으로는 점수를 주기 어렵다. 프로그래밍 책을 사서 읽고 있고 공부하고 있다라는 것도 피상적인 행동이다. 그 책에 대한 이해나 적용이 아니고 단순히 책을 사서 읽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까.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유니티 에셋의 양이 많다라고 해서 그것이 그 사람의 능력을 늘려 줄 수 있는 것인가.

프로그래머라면 열정을 이렇게 표현하면 어떨까. 짧고 단순한 코드라도 주기적으로 공유한다던가,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다른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하거나, 단순하더라도 개성있는 인디 게임을 만들어 본다던가, 오픈 소스 프로젝트를 공부하여 참여한다던가, 블로그에 배우고 익힌 지식을 공유한다던가, 개발 커뮤니티의 주요 역할을 한다던가 등등 열정을 표현할 수 있는 여건은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사실 어디선가 배우지 않고 누군가가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방법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모를 수 있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노력해서 해내고 자신의 소중한 경험으로 승화하는 이도 분명 존재한다. 그런 이들이 최종 합격증을 거머쥔다. 노력을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게 해야 하고, 그 노력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면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다시 살펴봐야 한다. 노력의 결실은 달콤하지만 노력하는 과정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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